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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줄거리와 리뷰

by 통통한 통통이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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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울어본 게 얼마만인가요. 읽으면서 눈물바다에 빠졌다는 간증 후기들을 읽고 얼마나 슬픈지 궁금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한 번 읽기 시작하자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드라마 정주행하듯 끝까지 읽어버렸어요. 감동과 반전이 가득한 <세상의 마지막 기차> 리뷰를 시작해볼게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줄거리

 

세상의-마지막-기차역-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어느 봄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127명 중 68명이 사망하고 많은 중상자가 발생해요. 사고가 일어난 몇 달 후, 동네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사고가 난 기차에 탑승해서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모두에게 그 열차가 보이는 건 아니고 유가족 중 맺힌 것이 있어 그것을 풀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열차가 보이죠. 그 열차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고생 유령 유키호가 일러주는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해요.

 

첫째,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수 있다.

둘째,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째,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며 희생자들과 같은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째,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요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보기 위해 열차에 올라요. 그렇게 탑승한 사람들 중엔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를 잃은 여자, 아버지를 창피하게 여기던 대인기피증 아들,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소녀에게 고백하려던 순간 기차가 탈선해 혼자 살아남은 소년, 사고 후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된 기관사의 아내가 있었어요. 그들은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순 없지만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음속의 미련을 털어내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얻어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뷰

작가 무라세 다케시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특이하게도 일본에서 틱톡에 소개가 되면서 입소문이 났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후 sns를 통해 소설이 알려졌다네요. 전 번역 소설임에도 문체가 매끄러워서 좋았어요. 한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동시에 높아야만 완성도 높은 번역서가 되는데 문체가 소설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술술 잘 읽혔어요.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내고 세상에 남은 사람들의 가슴절절한 사연들이 담담하게 이어져요. 담백한 문체 덕분에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달까요. 그립고 사무치는 후회와 절절한 마음이 과장 없이 서술되니까 마음에서 슬픔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소설에서는 네 명이 유령열차에 탑승하지만 모두 언급하기엔 리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가장 좋았던 두 번째 에피소드만 소개할게요.

 

 

아버지를 그날의 열차사고로 잃은 유이치라는 청년이 있어요. 그는 어린 시절 동네의 시설물을 고치는 아버지가 부끄러웠어요. 후줄근한 작업복과 거뭇한 때가 묻은 아버지의 손을요. 그 지긋지긋한 노동의 흔적을 벗어나고 싶었던 유이치는 열심히 공부해 도쿄의 명문사립대학에 입학한 후 종합상사에 입사해 말끔한 넥타이를 맨 회사원이 되죠. 취직을 하고도 유이치는 귀찮게만 느껴지는 아버지의 전화를 피해요.

 

유이치는 대학에 다닐 때도 호기롭게 동기들보다 성공할 거라고 큰소리쳤어요. 밤 늦게까지 술에 취해서 삶에 끌려다니는 회사원들을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회사원이 된 류이치의 삶도 그들과 다를 게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상사와 거래처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밤늦도록 술을 먹는 날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죠.

 

거기에 인성이 안 좋은 사수 하타케야마로부터 자존심을 무참히 밟히는 말들을 매일 듣고요. 회사동기인 다가노는 못된 사수에게 아첨의 멘트를 눈썹하나 까딱 않고 잘 날리지만 유이치에게는 그런 비위 좋은 재능 같은 건 없었죠. 유이치는 사람들과의 소통 자체에 큰 트라우마가 생겨 결국 회사를 그만둬요. 설상가상으로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요.

 

좋은 학벌로 곧 도내 인재파견업체에 다시 취직하지만 이미 심해진 대인기피증으로인해 떠밀리다시피 또 그만두게 돼요. 물론 가족들에게는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하지 않았죠. 여전히 아버지의 전화도 피했고요. 점점 돈은 바닥 나고 간토노동청이라는 곳으로부터 들어오는 보조금과 부모님이 최근 들어 더 보내주는 식료품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나가요.

 

그러던 어느 날 싸구려 도시락이나 사가려고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전 여자친구 시호와 대학동기인 다가노가 행복하게 쇼핑몰로 들어오는 것을 보게 돼요. 비참함을 느끼던 그 순간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와요. 아버지가 열차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그렇게 2년 만에 아버지를 마주하게 돼요. 유이치는 아버지의 거뭇한 손을 잡아보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죠.

 

얼마 후 유이치는 고향에 다시 돌아와요. 그리고 동네 초등학생들로부터 열차사고가 난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사고가 난 열차에 탈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 때 아버지의 직장동료였던 다케나가 씨를 만나는데 다케나가 씨는 류이치의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며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이야기해줘요.

 

그 곁을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도  류이치의 아버지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자신의 영웅이라고 말하죠. 유이치는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꼭 사죄하고 싶었어요. 다음날 밤 니시유이가하마 역으로 온 유이치는 유령이 안내해주는 대로 열차에 탑승해요.

 

다시 만난 아버지는 유이치가 회사를 그만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유이치를 배려하느라 이야기 하지 않았던 거였죠. 간토노동청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보조금도 식료품을 더 보내온 것도 아버지가 했던 일이었죠. 유이치를 먹이고 입히고 키운 것도 거무데데한 손의 아버지였죠. 유이치는 진심으로 아버지께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아버지는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줘요.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 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라고. 그리고 아버지는 유이치에게 이제 내리라고 재촉해요. 류이치는 열차에서 내려 저 멀리 가버린 기차를 일렁이는 눈으로 응시하죠. 본가로 들아온 유이치는 그날 아버지가 자신의 일자리를 구해주기 위해 양복을 차려 입고 일자리를 부탁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을 알게 돼요. 그리고 유이치는 아버지가 했던 일을 능가하는 것이 아버지를 기리는 일이라며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렇게 끝이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수 없더라도, 또 한 번의 가슴 아픈 이별을 또 겪더라도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떠나고 없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요. 감히 그런 상상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슬픔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드네요. 부모라는 이름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가 지나온 세월을 저도 밟아가겠죠.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렇듯 탄생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종착점으로 달려가니까요. 

 

더러운 작업복을 입은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겼던 유이치를 키운 건 역설적이게도 그 더러운 일을 하는 아버지잖아요. 저도 지금보다 어릴 땐 부모님보다 더 잘 살겠다며 다짐하곤 했었는데 부모님만큼 사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는 걸 나이가 먹으니 알겠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우리는 이제 알잖아요. 삶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나 하나도 책임지기에 버거운데 자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마음을요.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사랑의 다른 이름은 책임이라는 걸 알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지는 부모님이 생각나 더 몰입하게 됐던 것 같아요. 

 

소설의 마지막은 소개하지 않으려고 해요. 뒷부분에 슬픈 반전이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제가 말해버리는 게 예의가 아닐 만큼 슬프고 반전의 재미가 있거든요. 앞 부분에도 눈물 흘릴 일이 많은데 뒷부분은 정말 통곡할 수도 있어요.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보면 망자들이 이번 생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차를 마시고 저승으로 떠나잖아요. 저는 그 장면들이 좋았거든요. 전에 누가 그러더라고요. 진짜인지 아닌지 우린 알 수 없지만 이번 생에서 만난 사람들을 다음생에서 만나지 않으려면 그 사람에 대한 미움만이 아니라 사랑도 버려야 한다고. 전 미움은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랑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 슬프더라고요. 소설 속 떠나는 사람도 떠나보내는 사람도 그렇겠죠. 이렇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뷰를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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