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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줄거리와 리뷰

by 통통한 통통이 2022.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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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인 소설을 만났어요.

바로 <작별인사>예요.

정말 할 말이 너무 많아 어떻게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좋은 책을 발견한 즐거움을 뒤로 하고 소설 <작별인사>를 리뷰해볼게요.

 

 

 

 

<작별인사> 줄거리

 

작별인사-책-이미지
출처: yes24

 

 

가까운 미래의 한국은 통일이 되었어요. 그 후 대한민국은 내전이 일어나 서울, 평양, 부산, 인천을 제외한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변해요. 철이라는 한 소년이 있어요. 철이는 평양에서 휴먼매터스 랩에서 박사로 일하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어요. 철이는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아빠가 홈스쿨링을 권해서 집에서 한자, 문학, 철학 같은 것들을 배워요. 철이는 자신이 거주하는 휴먼매터스 바깥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만 아빠는 철이에게 바깥 세상은 위험하니 아무 데도 가면 안 된다고 말해요. 어느 날 철이는 외출했다가 제복을 입은 낯선 남자 두 명에게 잡혀가요. 철이가 등록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라고 하면서요. 철이는 인간이라고 말해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죠.

수용소에는 다양한 휴머노이드들이 잡혀와 있었어요. 전투용이나 애완용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정부에서 등록이 안 된 휴머노이드들을 폐기하다가 외국의 휴머노이드권리단체들의 항의 때문에 현재는 그들을 가둬두고 있었어요. 철이는 그곳에서 선이, 민이를 알게 돼요. 선이는 클론이었고 민이는 휴머노이드였죠. 그들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철이에게 살아남으려면 기계처럼 보여야 한다고 일러줘요. 안전을 위해 휴머노이드 흉내를 내던 철이는 점차 자신이 휴머노이드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껴요. 우여곡절 끝에 셋은 기지를 발휘해서 살벌한 수용소에서 탈출할 기회를 얻게 돼요. 철이는 아빠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을 찾다가 재생휴머노이드인 달마를 만나게 돼요. 달마를 통해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깨닫죠.

민이는 도주 과정에서 결국 발각되어 죽게 되고 선이는 민이의 의식을 되살리고 싶어 해요. 철이는 아빠를 만나게 되긴 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은 채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고 뜻밖의 여정을 선택해요. 아빠는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싶어 철이를 창조한 거였지만 후에는 그 선택을 후회해요. 철이는 한동안 몸이 없이 의식만의 삶에서 지내게 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요. 나이가 든 아빠는 가상세계로 의식을 업로드 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며 죽어요. 철이는 다시 몸을 갖기로 결심하고 선이를 찾아 나서요. 다시 만난 선이는 자신 같은 클론이나 휴머노이드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인공지능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고 있었어요. 철이는 선이와 함께 그곳에서 살며 선이의 마지막을 지켜요. 그리고 최후의 인간을 닮은 존재로 남아요.

 

 

 

 

<작별인사> 리뷰

인간의 뇌는 마치 우주와 같다고 하죠. 우주가 인간의 뇌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연구를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우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미쳐요. 그런 우리는 삶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해요.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란 존재는 인간을 이 세상에서 제거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인상마저 줘요. 인간은 언제까지 완벽해지려고 할까요. 인공지능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지능을 만들어내고 그 지능은 결국 인류를 지구에서 없애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게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인간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나 홀로그램이론을 떠올려보면요.

이 소설은 너무나도 많은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있어요. 전 선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예전에 봤던 <아일랜드>라는 영화에서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클론을 만들고 장기가 적출되면 죽여버리는 내용이 떠오르게도 했어요. 그 영화에서도 자신과 똑같은 클론을 만들면 누가 진짜 나인가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있었죠. 그 영화가 개봉 된 게 벌써 17년 전인데 아직도 비슷한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는 걸 보면 인간은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고민할 거리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전 <공각기동대>를 보고 그 세계관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가끔 다시 보곤 하거든요.

선이는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클론이었어요. 그래서 선이는 어디서도 인간으로서의 취급을 받지 못하죠. 클론인 선이만이 불안한 민이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을 보면 선이는 인간의 대체품이 아닌 더할나위 없는 확실한 인간이에요. 선이가 이 책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선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수억년 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고 이 우주와 자신의 기원을 의식하게 된 거야. 우리가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이 잠깐을 이렇게 허투루 보낼 수는 없어

 

 

선이는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궁극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으로 통합된다고 주장하는 신흥종교를 믿었어요. 훗날 선이가 죽던 날 그녀의 무덤을 둘러싸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춤을 춰요. 죽음이란 결국 여전히 우주에 다른 존재로 남아 있는 상태이기에 전혀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제가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도 이와 비슷해요. 신흥종교 같은 걸 믿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기존의 종교관이 변화해 언젠가는 이와 같은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철이가 다시 선이를 만났을 때 어린 시절의 민이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선이는 원하지 않았어요. 민이는 아직 살아 있는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으니 여전히 살아 있는 거라면서요. 예전에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고 멕시코인들의 죽음관이 저와 같은 걸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내가 죽어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다면 나는 살아있다는 생각이요. 더 나아가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가 존재했던 에너지가 이 우주에 남아있으므로 우리는 사라지거나 죽은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것 뿐이라고요.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죠.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철이가 의식을 갖고 있는 마지막 순간에 대한 언급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치려고 해요. 철이와 인연이 있었던 모든 이들이 우주의 일부로 돌아가고 인간을 닮은 유일한 존재인 철이가 죽음일지도 모르는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철이의 죽음은 쉽게 오지 않았고 진짜 철이가 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그리고 멀리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검고 어두운 기운이 하늘 한가운데에서 거칠고 누른 땅을 덮기 시작해요. 아빠가 한자 수업 때 가르쳐 주었던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宇宙洪荒)'의 순간이었죠. 검어지는 하늘이 누른 땅을 검게 덮어가는 순간과 우주는 한도 끝도 없이 거칠고 넓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말이에요. 그리고 철이는 생각해요. 내가 정말로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보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요. 불교의 교리나 마음수행 같은 책에서 본 문장이었어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죠. 우주는 사실 시간의 개념이 없다잖아요. 그냥 존재하는 거라고. 읽고 나서 여운도 많고 생각할 꺼리도 많아서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별인사>를 읽고 작가 김영하님의 팬이 되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더 자세한 과학과 철학의 그 어디쯤의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으로 써보려고 해요.

저는 다음에도 도움이 되는 리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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