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파친코> 줄거리와 리뷰

by 통통한 통통이 2022. 12. 7.
반응형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문장 보셨겠죠

네, 파친코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역사는 흘러가도 그 시간들을 온몸으로 견뎌내는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든 모진 시기를 살아내죠

일제강점기 때 한반도에 살던 조선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자이니치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파친코>가 그런 이야기예요

전 드라마로 먼저 보고 나중에 소설을 읽게 됐는데 소설도 드라마만큼이나 좋았어요

오늘은 소설 <파친코>에 대해 리뷰해볼게요

 

 

 

<파친코> 줄거리

출처: yes24

 

 

부산 영도에 사는 훈이는 장애를 갖고 있어서 중매쟁이를 통해 가난한 집의 딸 양진과 결혼해요. 결혼 후 양진은 곧 아이를 갖지만 세 아이를 모두 잃고 네 번째로 딸 선자를 낳아요. 어렵게 얻은 선자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아버지 훈이는 선자가 열세 살이던 해에 결핵으로 사망해요. 그후 선자는 어머니 양진의 하숙집 운영을 도우면서 살아가죠.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일본 남학생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이때 생선 중계상 고한수가 그녀를 구해주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돼요. 얼마 안돼 선자가 아이를 임신하지만 고한수는 사실 일본 오사카에 아내와 세 딸이 있는 유부남이이었기에 그녀와 결혼할 수는 없었어요. 그는 선자에게 자신의 아들을 낳아줄 사람이라면서 결혼 말고 원하는 건 뭐든 해주겠다고 하지만 선자는 그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를 거절해요. 이후 하숙집에 병약한 백이삭 목사가 찾아오고 거의 죽을 뻔한 그를 양진과 선자가 지극하게 간호해요. 건강을 되찾은 이삭은 우연히 선자의 사정을 듣고는 선자와 결혼해서 형 요셉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떠나요.

이삭과 선자는 형 요셉과 부인 경희와 함께 오사카에서 살게 되는데 이삭과 선자가 일본으로 올 때 요셉이 고리대금업체에서 돈을 빌려 입국허가서를 받은 일로 고리대금자에게 독촉을 받게 돼요. 선자는 빚을 갚기 위해 고한수가 선물로 줬던 고급 시계를 전당포에 팔아 빚을 갚죠. 이 일로 고한수는 선자가 전당포에 판 시계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선자도 오사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이삭은 반일감정과 관련된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에 끌려가서 투옥되는데 그로 인해 집안 형편은 더 나빠지고 선자와 경희는 김치와 설탕과자 장사를 시작해요. 그러나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요셉은 이를 못마땅해하죠. 이즈음 김창호라는 한국인이 선자와 경희에게 자신의 식당에 김치를 팔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한수의 부하였어요. 한수가 선자를 도운 것이었죠.

선자에게는 고한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노아와 이삭과의 사이에서 낳은 모자수라는 아들 둘이 있었어요. 첫째 노아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 일본인처럼 살고 싶어 하고 동생 모자수는 공부를 싫어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일본 아이들에게 맞대응 하면서 학교에 적응을 못해요. 이삭은 끌려간 지 2년이 지나서 풀려나지만 고문의 후유증으로 결국 죽고 선자는 아이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가요.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의 패전을 예상한 고한수가 선자의 앞에 나타나 오사카는 위험하니 시골 농장으로 갈 것을 권해요. 고한수는 선자의 어머니 양진도 일본으로 데려와주죠. 그러나 나가사키에 남아 일하던 요셉은 농장에 함께 오지 못했고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며 거의 다 죽게 생겨서 농장으로 오게 돼요.

한편 노아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농장일도 하느라 대학입학시험에 떨어져요. 그럼에도 그는 주경야독하며 명문 와세다대학에 입학해요. 반면 모자수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싸움만 하다가 고로라는 조선인이 운영하는 파친코에서 일하게 돼요. 모자수는 고로 밑에서 열심히 일해서 지배인도 되고 자신의 사업체도 꾸리며  많은 돈을 벌어 한국인 유미와 결혼해 아들 솔로몬을 낳고 살아요. 그러나 유미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죠. 이후 모자수는 에츠코라는 일본 여자와 사귀어요. 그녀에겐 하나라는 딸이 있는데 솔로몬과 하나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어느날 그녀가 사라져버려요. 노아는 고한수의 재정적 후원을 받으면서 마음껏 대학생활을 하지만 고한수가 그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고 잠적해요. 이후 그는 나가노에 정착해 일본인이 운영하는 파친코에서 일하며 일본여자와 결혼해 일본인인 척하면서 지내죠. 후에 수소문을 통해 아들을 찾은 선자와 16년 만에 만나지만 노아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요.

하나와 헤어진 솔로몬은 미국에 유학을 가서 한국계 미국인 피비를 사귀고 함께 일본으로 와요. 그러나 피비는 일본 사회의 차별과 답답함을 느끼며 솔로몬을 떠나죠. 일본에서 외국계은행 직원으로 일하는 솔로몬은 어떤 한국인 할머니가 갖고 있는 땅을 구매하는 일을 맡았는데요 어렵게 할머니를 설득해 땅을 팔겠다는 약속을 받지만 갑자기 할머니가 사망하고 말아요. 솔로몬에게 잘해주던 일본인 상사는 회사 이미지 때문에 솔로몬을 해고하고 솔로몬은 아버지 모자수의 파친코 사업을 물려받겠다고 선언하죠. 나이가 든 선자가 남편 이삭의 묘지를 찾아가면서 소설은 끝이 나요.

 

 

 

 

<파친코> 리뷰

올봄 애플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파친코>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그러다가 원작이 소설이라는 걸 알고 소설도 읽게 됐죠. 소설 첫 부분에 나오는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나 반일감정이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씨예요. 그녀는 대학 수업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일본에 사는 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해요. 일본 내에서는 아직도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그로 인해 차별 속에서 생을 마감한 재일교포의 이야기였죠. 저자의 마음속에는 이 이야기가 오랫동안 남았다고 하고 이 소설은 그 지점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해요. 아무래도 저자 자신이 한국인의 뿌리를 갖고 있고 재미교포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저자의 남편은 일본계 미국인인데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일본에서 살게 되며 실제로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대요. 그때 자이니치들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면서 그들의 한과 마음의 응어리, 그리고 자신의 고민들을 한데 섞어 소설로 풀어냈다고 해요.

제목이 왜 파친코일까 궁금했는데 자이니치들이 일본에서 실제로 파친코사업을 많이 한다고 해요. 워낙 자이니치에 대한 차별이 심하니까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가기 힘들고 그래서 나름 부를 쌓을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파친코가 적당했던 거죠. 또 파친코에는 다른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듯해요. 나 자신을 세상에 걸고 앞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우리네의 인생을 은유한 것 같거든요. 한 순간의 선택으로도 인생은 정반대의 결과를 갖고 올 수도 있는 것처럼요.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들의 삶도 파친코 만큼이나 도박 같았겠죠. 선자도 인생의 여러 순간들 속에서 선택을 하고 그것들이 모여 선자의 인생이 되었잖아요. 우리도 크고 작은 선택들을 하며 우리의 인생을 채워나가고요. 때론 그 선택이 후회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죠. 뒤로 가는 선택이란 없으니까. 역사 속에서 선자의 선택이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알고 싶다면 충분히 고민할 포인트가 많은 소설이에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의 인생이 순탄할 순 없었겠지만 선자는 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선택들을 해나가요. 처음에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고 상관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괴로울 수밖에 없겠지만 삶은 이어지고 시대는 계속되겠죠. 우리의 한계를 분명히 직시하고 내게 주어진 한계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서요. 

이민진이라는 작가에 대해 좀 찾아봤는데 변호사 일을 하다가 몸이 나빠져서 그만두고 소설을 쓰게 됐다고 해요. 실제로 이 책을 다 쓰기까지 30년이 걸렸고요. 오랜 조사끝에 쓰여진 만큼 큰 결실을 맺어 2017년 미국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2022년 애플의 투자를 받아 드라마로 방영됐다고 하는데 서양인들의 시각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충분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돼요. 지금도 지구의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누군가는 다른 나라로 이주해 새로 정착한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스스로의 역사를 이루며 살아가겠죠. 저자도 바로 어떻게 하면 인류의 역사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책이 <파친코>가 아닌가 싶네요.

 

 

 

오늘은 <파친코>를 리뷰했어요

물론 소설부터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쉽게 집어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시대의 무게를 견뎌내는 한 맺힌 이야기는 너무 힘들거든요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주인공 선자역을 맡은 젊은 배우와 나이든 배우 둘 다 선자를 잘 표현해줬던 것 같아요  

그 덕에 소설까지 일게 됐네요

그럼 저는 다음에도 도움이 되는 정보로 돌아올게요

반응형

댓글